수억 킬로미터 밖에서의 디버깅

외행성 - 목성, 토성, 천왕성 그리고 해왕성 - 탐사는 상당히 긴 시간을 요구하는 모험이다. 대표적으로 1977년에 발사된 보이저 1, 2호를 들 수 있다. 이 두 탐사선에 이룩한 성과는 간단히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하였다. (참고로, 79년에 목성, 81년에 토성, 86년에 천왕성, 그리고 해왕성에 도착한 날이 1989년이었으니 우주가 얼마나 크고 넓은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 그 뒤로 외행성 탐사를 위해 탐사선에 몇 개 더 시도가 되었다. 1997년 토성으로 간 카시니-호이겐스 (Cassini-Huygens)가 대표적이다. 아래 사진은 카시니 탐사선이 2004년 5월 7일에 찍은 토성 사진이다 [1].

그림 1. 토성의 아름다운 모습 - Ringworld

토성 사진 중에서 가장 예쁜 사진이라 생각한다. 토성으로부터 무려 2천 8백만 킬로미터 거리에서 찍은 사진. 지구와 달 사이의 거리가 38만 킬로미터 정도이니 상상을 초월한다(참고로 태양 – 지구의 평균 거리는 1억 5천만 킬로미터). 그리고 얼마 전 NASA에서 새로운 토성의 모습을 공개했다 [2].

그림 2. 1,230,000 Km 위에서 찍은 토성 사진

토성을 이렇게 위에서 찍은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이 사진을 찍기 위해서 36장의 이미지를 모아 모자이크로 꾸몄고, 노출을 열심히 맞췄음에도 반쪽은 과다 노출로 하얗게 이미지가 나와버렸다. 이러한 명령을 15억 킬로미터 밖에서 줘야 한다. 단순 산술 계산으로 전파가 왔다 갔다 하는데 만도 수십 분이 걸린다. 그러니까 이런 사진을 하나 얻기 위해서는 무수한 노력과 시행 착오가 따름을 짐작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보이저 2호가 천왕성 사진에 도착할 무렵, NASA 과학자들은 최고의 이미지를 얻기 위해 많은 고생을 하였다. 왜냐면 해왕성에 도달하는 태양 빛은 매우 미미하다. 그런데 보이저 2호의 속도는 이미 초속 수십킬로를 넘었을 정도로 상당히 빠르다 (이건 sling-shot 효과 때문). 한 마디로 한 밤중에 시속 60Km로 달리는 자동차에서 사진을 찍는 것과 같은 셈. 따라서 더 긴 노출 시간을 줘야 하고 그러면 필연적으로 사진은 흐려질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보이저 2호가 움직이는 속도를 보정할 수 있게끔 자세를 제어하면 깔끔한 사진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성공적이지 못하였고 지금 우리가 보는 천왕성의 사진은 밋밋한 사진에 불과하다 [3, 5].

그림 3. 목성, 토성, 해왕성에 비하면 너무 밋밋한 천왕성

다행히 가장 마지막 행성이 되어버린 해왕성의 사진은 멋지게 찍을 수 있었다. 이것도 상당히 힘든 작업이었다. 사진을 찍을 무렵 보이저 2호는 해왕성의 북극 지점을 통과하는 시점이었다. 그래서 자세 제어를 하는데 상당히 어려움이 있었다고 한다. 기회는 단 한번 밖에 없다. 한번 지나치고 말기 때문이다. 해왕성의 모습은 상당히 보다시피 상당히 놀랍다. 활발한 대기의 흐름을 관찰할 수 있었다. 믿기지는 않지만 바람의 속도가 시속 1,600킬로가 넘는다고 하는데 상상이 가지 않는 수치이다. 그리고 해왕성에는 완전한 모양이 아닌 부분만 남아있는 고리도 확인된다 [3, 6].

그림 4. 해왕성의 모습
그림 5. 해왕성의 고리

그런데 만약 사진을 찍어서 전송해야 하는 안테나가 고장 난다면 어떻게 될까? 그 외에 수 억 킬로미터 밖에 있는 우주 탐사 장비에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야말로 수백억의 돈과 수 많은 과학자들의 노력과 기대가 물거품이 되고 만다. 대표적인 얘가 화성 탐사선인 PathFinder의 소프트웨어 버그(Priority Inversion)를 들 수 있다. 이 이야기는 다음 기회에 더 써 볼 예정이고, 오늘은 1989년에 발사된 목성 탐사선인 갈릴레오(Galileo) 탐사선이 겪은 문제를 이야기 해보자 [3, 4].

그림 6. 목성 탐사를 위해 제작 중인 갈릴레이 탐사선

찍은 사진을 지구까지 전송하기 위해서는 상당히 고출력의 안테나가 필요하다. 그런데 갈릴레오 탐사선은 발사 후 이 안테나를 펼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여 완전히 펼치지를 못하여 사용 불능 상태에 빠지고 만다. 아무리 좋은 사진을 찍어도 지구로 전송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다행히, 저출력의 안테나가 있었으나 전송 속도가 너무 느렸을 뿐만 아니라 이것을 지구에서 성공적으로 수신하기도 쉽지 않은 문제다.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이미지를 높은 압축률로 압축하는 소프트웨어를 새롭게 개발하였다. 그리고 이것을 갈릴레이 탐사선에 있는 컴퓨터로 전송하여 재설치를 하였다. 이렇게 해서 저출력 안테나로 사진을 전송 받을 수 있었다. 비록, 만 3천장 밖에 되지 않은 사진만을 전송하였지만 그래도 그 성과는 충분히 대단하였다 (각종 목성 위성에 대한 정보를 많이 밝혀내었다).

흠. 써놓고 보니 제목과는 달리 거의 우주선 이야기로 가득하다. 어쨌든 수억/수십억 킬로미터 밖에 있는 컴퓨터 장비가 고장이 났을 때, 어떻게 하면 최대한 살릴 수 있을까라는 문제는 디버깅 문제 가운데에서도 가장 힘든 문제일 것이다. PathFinder의 예는 이 보다 더 극적인 이야기이다 [3].

그림 7. 다큐멘터리 중 화면을 직접 캡쳐
그림 8. 탐사선이 보내온 어마어마한 수의 사진들 (직접 TV 화면 캡쳐)

참고자료:

  1. http://saturn.jpl.nasa.gov/multimedia/images/image-details.cfm?imageID=546
  2. http://saturn.jpl.nasa.gov/multimedia/images/image-details.cfm?imageID=2509
  3. Science Channel 다큐멘터리 중 (제목은 까먹었…)
  4. http://en.wikipedia.org/wiki/Galileo_spacecraft#Main_antenna_failure
  5. http://en.wikipedia.org/wiki/Uranus
  6. http://en.wikipedia.org/wiki/Neptune
by object | 2007/03/08 08:28 | 컴퓨터 | 트랙백(1) | 핑백(2) | 덧글(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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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개기일식이 있던 날 at 2007/06/02 16:47

제목 : 태양계 여행
우선 감상부터빛의 300배 속도로 태양부터 명왕성까지 가는 여행을 실시간으로 제작한 동영상이다. 토성까지는 금새 금새 나타나니까 괜찮은데, 문제는 그 다음부터. 토성을 지나면서부터 방심하지 말아야 한다. 한참동안 천왕성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한눈 팔다가 놓치기 딱 좋다. 처음에 내가 그랬다. 잠깐 한눈 팔고 나서 갑자기 해왕성이 나타나길래 어? 어떻게 된 거지? 했다. 이들 외행성들은 지루해도 정신 바짝 차리고 지켜봐야 놓치지 않는다. 동영상......more

Linked at art.oriented : T.. at 2008/10/26 04:16

... http://minjang.egloos.com/991906 거의 2년 전에 쓴 글인데, 어떤 분께서 댓글로 저 글에 캡쳐한 다큐멘터리 제 ...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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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iwongu at 2007/03/08 09:33
너무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 곧 PathFinder 얘기도 해주실꺼죠? *_*
Commented by object at 2007/03/08 09:45
원구님 반갑습니다. PathFinder는 좀 더 컴퓨터 관련 이야기입니다. 리얼타임 시스템에서의 스케쥴링이 나오면 빠지지 않는 예입니다.
Commented by 기형z at 2007/03/08 10:05
저 아름다운 사진 한장이 나오는데, 이렇게나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니.. 정말 저분들의 열정이 대단한것 같아요!
Commented by 학주니 at 2007/03/08 11:06
저는 왜 저 사진을 보고 OGame이 생각났을까요? -.-;;;;;
Commented by 다크초콜릿 at 2007/03/08 21:37
사진을 퍼간 이곳의 주인장이 남겨주신 댓글을 보고 찾아와 이렇게 댓글 다시 남깁니다. 제가 좋아하는 토성 사진이라 너무 기뻤습니다... 우주선이 아니라 우주선을 작동하게 하는 프로그램에 대한 글이라서 독특하고도 좋군요... 비록 이해 못하는 용어가 있었어도, 그래도 그 메커니즘을 어렴풋이 느껴보고 갑니다.
Commented by object at 2007/03/09 04:07
외행성 탐사에서 수집된 이미지에 대한 연구 중 대가로 Dr. Porco라는 여성 과학자가 있는데요. 인터뷰 하는 것을 들어보면 그 열정을 충분히 읽을 수 있죠. 사진 하나 얻기 위해 십년도 기다려야하니깐요. OGame이 뭔지 몰랐는데 들어가보니 행성 그림이 나오는군요.

허블우주망원경은 디지털로 작동합니다. 분명히 HST를 고치러 우주왕복선이 궤도에 올라갔을 때 CCD 센서를 고친다고 했으니깐요. 아마 최근에 발사된 탐사선도 다 CCD/CMOS 기반의 디카일거에요. 궁금한건 보이저 1/2호 시절의 카메라는 어떤 것이었을지 궁금하네요. 이걸 다시 디지털 형태로 바꾸어서 보내야할텐데... 그냥 아날로그 신호를 변조해서 보냈을까요. 참고로 보이저 1/2호는 이미 태양계를 벗어났기 때문에 지구까지 날라오는 전파의 세기가 너무 약해서 엄청난 큰 접시 안테나가 있어야 신호를 잡을 수 있다고 합니다.
Commented by thebits at 2007/03/09 10:00
헉 그럼 영화 <콘택트>에서 조디 포스터가 머리에 헤드폰 같은거 쓰고 어마 어마한 접시들 앞에서 기다리는 것도 다 이런 신호였던가 보군.. (대체 저 접시들은 뭐에다 쓰는 물건인고 그랬는데) 호이겐스가 보내온 우주의 소리도 다 저런 과정을 통해서 잡는거지?

우주에서 디버깅이라니, 스케일 대단하다.
그리고 내 눈에는 해왕성이 꼭 동그란 나프탈렌처럼 보여. ㅎㅎ;;
Commented by object at 2007/03/09 12:57
그렇죠. 전파가 워낙 미약하다보니 큰 안테나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그 자세한 원리까지는 모르겠는데... 예전 천문학 수업 들은 것을 기억하면 전파 망원경 같은 경우 그 구경이 커야 더 많은 신호를 잡을 수 있으니깐 큰 접시를 사용하죠.
Commented by object at 2007/03/09 13:37
아 글을 다시 읽어보니 천왕성/해왕성이 마구 헷갈렸군요. 저기 그림 3에 있는 밋밋한 행성은 천왕성입니다. 글 제대로 수정했습니다.
Commented by 양태군 at 2008/10/25 13:21
안녕하세요. 좋은글 감사하게 봤는데요
본문에 나온 다큐멘터리 제목좀 알 수 있을까요?
이리저리 수소문해본 끝에 Discovery Science - On Jupiter 라는 제목의 영상을 구하긴 했는데,
들여다보니 아닌거 같아서요.
너무 오래된 포스팅이라 기억이 안나실런지... 부탁드립니다 :)
Commented by object at 2008/10/26 04:17
찾은 것 같습니다. 디스커버리 채널의 The Planets의 한 편인 것 같습니다. On Jupiter도 봤는데 그건 아닙니다. http://minjang.egloos.com/211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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