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때 많은 과목을 공부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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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를 읽고 있자니 하고 싶은 말이 많아 주절거려본다. 지극히 나의 생각이니 다르게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을 것이다.


(1) 이 학부모께서는 주요 과목은 물론 기타 과목도 당연히 사교육을 해야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물론 체육까지 개인 과외를 한다는 대치초등학교 학부모들의 이야기는 들어왔지만 오바가 심하시다.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담이지만, 사실 고등학교 시절 학원이라고 다녀본 기억은 성문종합영어 강좌 딱 한 시간이 다였고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다고 생각해 바로 그만 두었다. 물론, 대학교에 와서 GRE 공부 할 때 명강사라고 불리는 사람의 수업을 들어보니 확실히 잘 가르쳐주었다. 적어도 초기 삽질은 확실히 줄여주고 공부하는 방향은 잡아주는 효과가 있었다. 그러나 결국 좋은 성적을 내려면 자기가 공부해야한다는 불변의 진리를 다시 한번 확인한다. 학원이 주는 강제성과 공부를 할 수 밖에 없게 만드는 분위기 조성은 효과적이다. 그러나 공부를 해야겠다는 개인의 의지만큼 효과적이지는 않다. 고등학교 시절 혼자 정석가지고 수학 공부해서 삽질했던 것이라면, x^3 = 1 방정식의 세 근으로 ω로 표현을 하는데 나는 이걸 "오메가"가 아닌 그냥 "더블류"로 읽었다는 사실 뿐.



(2) 보자 내가 고등학교 때 배웠던 과목을 읊어보자:
국어, 수학, 영어, 문학, 정치경제, 국민윤리, 기술, 음악, 체육, 미술, 국사, 한국지리, 교련,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 독일어 (문과라면 세계사와 세계지리 포함, 여자라면 가정)

대충 17개 정도가 된다. 그나마 음악, 미술도 고3때는 아예 하지도 않는다. 그리고 저 모든 과목은 "등수"가 매겨져서 내신에 반영이 된다. 나 때부터 내신제도과 과목별 석차로 다 바뀌었는데 너무 복잡해서 실제 대학 입시 때 몇점으로 반영되는지는 계산도 하지 못하였다. 한술 더떠 94~96 학번 선배들은 대학 본고사까지 치뤘으니.



(3) 저 아주머니 왜 저렇게 오바할까? 고등학교 시절, 음악시간 실기 시험 중에 자기가 잘 하는 악기를 가지고 시험 보는 것이 있었다. 나는 어쭙잖게 배운 피아노 실력으로 버텼고, 그 당시 한창 유행하였던 차인표 덕에 섹소폰을 가져와서 시험 보는 친구도 있었고, 사물놀이 중 장구를 가지고 시험보는 친구도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은 그냥 리코더와 같은 정말 음악시간에 배운 악기로만 가지고 시험을 보았다. 그리고 음악선생님도 얼마나 어려운 악기로 화려한 연주를 하는 것이 아니라 노력한 흔적만 있으면 좋은 점수를 주시려고 애를 쓰셨다. 도대체 왜 바이올린이 나오는 것이야??



(4~6) 초딩을 무시하는 발언일지도 모르겠지만, "음악, 미술이 싫고 소질이 없어도 고등학교까지 억지로 배워야 하느냐"라고 질문하면 나는 단언코 "엉. 닥치고 해." 라고 대답할 것이다. 상당히 꼰대스러운 할아버지스러운 발언이지만 난 분명히 쓸데없어 보이는 과목이라도 꼭 한번은 배워야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고등학교 때, 정말 역사나 문학 이딴 수업을 정말 싫어했다. 그냥 내가 좋아하는 수학 물리만 잔뜩 배우기를 원했었다. 얼른 대학교 가서 내가 좋아하는 공부만 하기를 바랬다. (지금 생각해니 정말 미친놈이다). 그런데 고교시절 참여했던 포항공대 과학캠프에서 아주 감명깊은 교수님의 충고를 들은 적이 있다. 모여있는 학생들에게 교수님께서 질문을 하셨다. "여기서 김소월의 시 하나 외울 수 있는 사람?" 이라고. 아무도 대답하는 이가 없었다. 그러자 교수님이 "물리학자도 때로는 시인의 눈이 필요하다." 라고 말씀하셨다. 아인슈타인도 뛰어난 바이올린 실력의 소유자로 알려져있고, 물질파를 발견한 드브로이도 재능있는 현악기 연주자라 알려져있다. 그 교수님 말씀으론 물질파 아이디어도 현악기를 연주하며 얻은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이 말을 듣고 나의 편협한 생각을 조금이나마 바꿔보고자 노력을 많이 하였다.

왜 고등학교 때 억지로라도 음악과 미술을 배워야하냐면, 학교를 졸업하면 대부분의 경우 평생을 살면서 도화지에 붓을 들 일이 없고 리코더를 불 일이 없기 때문이다. 학창 시절이 아니면 이런 경험을 하기가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고교 시절이라도 이런 경험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이 때가 아니면 미술과 음악에 대한 지식을 배우는 경우도 매우 드물 것이다. 인문학을 전공하시는 분이라면 고교 시절이 아니면 언제 또 F=ma이라는 것에 대해 배우고 듣게 될까? 막상 배울 당시에는 "이거 내 전공과는 상관없는데 왜 배워?" 하고 매우 퉁명스럽지만 시간이 지나니 모두 나의 소중한 지식이 되었음을 느낀다.

나는 고등학교 때 억지로 배우는 잡다한 과목의 지식들이 인생을 살아가는데 훌륭한 "교양"이 된다고 생각한다. 나는 대학교에 와서 별도의 문학이나 정치경제 수업을 들은 적이 없다. 철학 역시 들은 적이 없다. 결국 내가 가진 이 분야의 지식이라곤 고등학교 때 배운 지식이 모두다. 이걸 가지고 결국 평생을 살아간다. 물론 나이 들어서도 꾸준한 독서와 공부로 지식을 늘릴 수 있겠지만 과연 학창시절만큼 효율적일까? 공부는 하는 시기가 있다는 옛 어른들의 말씀은 이제 30을 바라보는 나로서도 참 와닿는다. 나이가 먹어간다는 것은 곳 새로운 것을 배우기 힘들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한줄 요약: 인터넷 그만 하고 공부나 해라.


ps. 이글루스 추천기능 너무 좋다. 첫번째로 추천되는 글이 내 생각과 너무 같다. 뜬금없이 1년전의 글에 트랙백 거는 것이 엄하니 링크만 건다.
http://dooheever.egloos.com/12637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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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bject | 2007/01/15 07:56 | 나머지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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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07/01/15 09:12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상희스타일 at 2007/01/15 09:54
기사만 보면 기사가 맞는 것 같기도 한데 한편으로는 너무 감정에 호소하고 있는 학부모님이시네요. 식물이 커가는데 모든 영양분이 골고루 필요하듯이 예체능도 때로는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Commented by alcoholism at 2007/01/16 02:02
예체능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봅니다. 학교에서 음악 안 배우면 (특히 저처럼 돈 없는 집, 지방에 사는 아이는..OTL) 어디서 클래식 듣고 음악가 이름은 어떻게 알게 되는 거죠.. 뭘 알아야 지금처럼 서른이 넘어서라도 좋으면 찾아 듣고, 악보도 읽고 바이올린도 시작하는 거죠. 학교 예체능 재밌고 선생님들도 부담 안 주었는데..체육 싫어하는 제가 체육 시간에 잘 놀았듯이 음악 싫어하는 음치 친구들도 음악 시간에 잘만 즐기더만..애들이 저렇게 부담스러워하는 건 그 과목 선생님들이 영 재미가 없거나 다른 쪽의 부담이 너무 심해서인 것 같아요.. 3번 학부모님은 너무 오바예요. +이론 과외? 저 학부모님이 애들이 느끼는 부담의 실체가 아닐지.. -_-;
(2)의 과목에서 저는 앞에서 기술이 빠지고, 불어 배웠고, 세계사, 세계지리, 가정, 가사...까지 다 했네요. 끄악~
Commented by object at 2007/01/16 06:10
나이 먹어서 "나 때는 이랬으니..." 이런 말로 들리는 것이 참 싫은데, 결코 예체능 필수로 넣는다고 해서 학생들이 겪는 학업의 부담이 과거보다 결코 높지 않습니다. 과외나 학원도 요즘이 아주 난리인 것처럼 얘기하는데 예전에도 할 사람은 다 했는 것 같구요. 제가 초등학교 때도 신문에 학원 10개 다니는 아이 얘기를 봤으니깐요. 교육열 높은 지역에 사는 친구들은 10년 전에도 지금의 대치동 수준으로 학원 다녔습니다. 특별히 과거보다 더 심하지도 않는데 학부모나 학생들은 그냥 자기가 항상 힘든 줄 알죠. 뭐 저도 그랬으니깐요. 제도가 아무리 바뀌어도 될 놈은 됩니다. 괜히 제도 때문에 나 죽네 하는 소리 해봤자 시간만 버리는거죠.

저도 체육은 정말 싫어했고, 미술은 그저 그랬고, 음악은 뭐 좀 좋아하였는데요. 예체능은 필수입니다. alcoholism님 말씀대로 서른이 넘어서라도 악보라도 읽을 수 있는 지식을 배우는 최적의 시기가 학창시절이죠.

3번 아주머니 정말 오바죠. 무슨 고교 음악 이론 수업에 대위법이나 화성법 배운답니까? 도레미파솔라시도랑 샵과 플랫만 읽을 줄 알면 되는 걸 가지고... 암튼 기자도 문제에요. 침소봉대 아주 끝내주게 합니다.
Commented by object at 2007/01/16 06:16
고교 내신도 한 때 상대평가로 한다고해서 아주 난리가 나듯이 언론에서 떠들었죠. 같은 반 친구들에게 노트도 보여주지 않는다는 기사까지 났었으니깐요. 근데 저 때를 생각해보니 내신은 너무나 당연히 상대평가였고 20여개나 되는 과목마다 석차가 다 매겨졌었지요. 그래도 친구에게 노트보여주지 않는 그런 치사빤스 짓은 하지 않았습니다. 이해찬 세대에 너무 공부를 쉽게, 과목 대폭 줄이고 (이과 애들이 수능에서 국사도 시험보지 않는 다는 건 이상하지 않나요?) 한 과목만 잘 하면 대학간다~ 이렇게 뻥을 쳐놓고 나서, 그냥 예전 방식으로 조금 돌아갈 뿐인데 이렇게 난리인 것 같습니다. 물론 과목이 다루는 범위가 준 대신 그 깊이가 깊어지기도 하였지만 절대적으로 학생들이 공부해야하는 양은 그래도 10년전에 비하면 결코 많지 않습니다.

저도 그 당시 수능 준비할 때, "도대체 이과갈 내가 국사/한국지리 이런거 왜 해야해?" 라고 생각했구요. 제가 지금 고등학교 학생이거나 대학교 1~2학녀만 되어도 이런 기사를 보면 교육부 싸잡아 놓고 욕할 겁니다. 그런데 지금 내리는 결론은 그래도 국사/한국지리를 그 때 공부해서 다행이다라는 것이죠. 다 먹고 사는데 피가 되고 살이 되었으니깐요.
Commented by tan at 2007/01/22 16:39
(3)번의 경우 우리동네에는 그랬지만, 대치동이라면... 과연 학교에서 배운 악기를 갖고 나와서 연습하는 애들이 얼마나 될까. 결국 내신점수 잘 받으려면 바이얼린도 과외 해야 한다는 법 -_-, 선생님 또한 그대의 고등학교 선생님같진 않을 것이오.
(4) 내 교양의 한계는 중학교 사회/가정/국사 교과서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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