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 '반' 줄의 가치 by object

1. 구글 피카사를 애용한다. 데스크탑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웹 피카사 앨범도 아주 열심히 쓴다. 답답하기 짝이 없는 플리커에 비하면 피카사 웹 앨범은 너무너무 대단하다. 그런데 요즘에 사진을 백업할 겸 높은 해상도와 화질로 (JPEG 하나가 1.5MB) 왕창 피카사에 올리고 있다. 그러니 공짜로 주는 1GB 용량이 턱없이 부족하다. 그러나 돈 많은 구글이다 보니 무려 20GB를 추가하는데 1년에 단돈 5불을 요구한다. 학교에서 점심 사먹어도 7~8불 나오는데 점심 한 끼 값으로 20GB를 1년에 쓸 수 있다.

2. RSS 리더기로 한RSS를 쓴다. 구글 리더도 쓰기는 하는데 너무 미국적인 냄새가 나서 별로 정이 안 간다. 그래서 다소 불편한 점이 있어도 그냥 쭉 한RSS를 쓴다. 개인적인 이유를 더하자면 한RSS를 만드는 3명의 운영진 중 한 명이 예전 같은 회사에서 잠시 일한 적이 있다. 자주 이야기하거나 그러지는 않았지만, 나이도 같았고 같은 산업기능요원으로서 삽질해서 그런지 응원차(?) 한RSS를 쭉 쓰고 있다. 그런데 일부 기능이 유료화된다고 한다.

참고: 한RSS 부분유료화

아니나다를까 예상된 반응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서성열 씨의 저 글 중 다음 대목이 눈에 띈다.

요즘 김밥 한줄이 2,000원인데, 김밥 반줄의 값어치를 가지는 웹서비스 만드는 것도 정말 어렵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

구글 같은 엄청난 회사야 한 끼 점심값으로 1년에 20기가를 주지만 영세한 업체로서는 이런 것이 가능치 않다. 나는 결코 5천만의 한국어 사용 인구가 적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영어에 기반을 둔 웹 서비스에 비하면 사실 한국어 기반 웹 서비스는 웬만해선 규모의 경제로 수익을 실현하기 어렵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블로깅으로만 먹고 사는 사람이 나오기가 굉장히 어렵다. RSS라는 것도 여전히 일부 사람들만 쓰는 기능이다. 아무리 국내 대표 RSS 구독기라 하더라도 근본적으로 트래픽이 별로 많지 않아 수익을 얻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일부 사람들은 다른 방법으로 수익 모델을 찾아야지... 라고 쉬운 말을 툭 던지는데 저 짧은 유료화에 대한 글에서도 많은 고민이 느껴질 정도로 작은 업체가 웹 서비스로 돈을 버는 것은 쉽지 않다.

 

3. 이제는 뭐 하는 곳인지도 모르겠는 프리챌을 나는 과거 아주 좋아했다. 나우누리/천리안/유니텔이 그 생명을 다하고 막 웹으로 이행하고 있을 무렵 나는 프리챌 게시판이나 메일을 선택했다. 그런데 잘 아시다시피 프리챌이 유료화를 선언하고 그걸로 그냥 망해버렸다. 나는 멍청하게도 그 유료화된 서비스를 몇 년간 돈 주고 썼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그 정도 가치는 있다고 내가 생각했기 때문이다.

네티즌은 욕하기 바빴다. 돈에 혈안이 된 기업이라니 뭐니.. 내가 느끼기에는 정작 돈에 혈안이 된 사람은 그런 욕 하는 네티즌 자신이다. 그 당시 유행하던 것이 핸드폰 컬러링 서비스인가 뭔가 그런 게 있었다. 그거 노래 다운받으려면 돈 몇천 원 써야 했다. 그런 데는 아낌 없이 돈을 쓰면서 고작 몇천 원 하는 웹 서비스가 그렇게 돈이 아까운지 나는 이해하기 어려웠다. 공짜만을 찾는 네티즌들이야말로 돈에 눈먼 게 아닐까.

별 허접한 아이폰 앱도 김밥 한 줄보다 비싼 가격에 팔리는데 서성열 씨의 김밥 한 줄도 아니고 반 줄이라는 말이 너무 가슴이 아프다. 그냥 응원하는 차원에서라도 김밥 반줄 혹은 두 줄 정도의 돈은 써도 안 아깝다. 역시 돈 버는 거는 그냥 잡담하는 웹 서비스가 최고인가?


덧글

  • xeraph 2009/11/25 20:12 # 답글

    아.. 참 안타깝네요.. 회선값도 안 나오는 서비스 ㅠㅠ
  • sylphion 2009/11/25 20:39 # 삭제 답글

    서비스가 만족스럽지 않으면 김밥 반줄이 아니라 김밥 하나도 아까울 수 있겠죠.
  • kodiss 2009/11/25 20:43 # 답글

    음..생각하게 하는 포스팅이네요..
    좋은 글이에요!
  • 쌍부라 2009/11/25 20:46 # 답글

    한RSS 유료화 상품은 "대체 왜 저걸 유료화하지" 싶은 기능들이라 -_-;
    정말 필요한 서비스라서 "이런 돈독오른 xx" 이 아니라 "없어도 별로 아쉽지 않은데 대체 왜?" 싶은게..

    진짜 누구말대로 특정 대상의 rss 공개를 30일간 막아버린다든지 하는게 있었다면 좀 막장소리 들어도 장사는 되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농담입니다.
  • object 2009/11/25 21:00 #

    솔직히 한RSS가 지금 내건 유료화 기능이 매력적이지는 않습니다. 운영진도 말했듯이 억지로 한 면이 있다고 말했죠. 그 말은 얼마나 수익이 나지 않으면 이렇게까지라도 할까라는 겁니다. 제가 말하고 싶은 건 근본적으로 영세한 업체가 어떻게 웹 서비스로 먹고 살 수 있을까라는 문제입니다.
  • Draco 2009/11/25 21:25 # 삭제 답글

    음...
    사실 그게 1000원이 1000원이 아니죠.
    결제하기 어렵고 활용하기 어려우면 천원이 만원 같고,
    결제 쉽게 버튼 한번 눌러 끝나거나, 은근히 결제가 필요하게 잘 만들면, 만원이 천원 같은게 유료화니까요.

    사실 결과로 원인을 추론하는 것일수도 있지만
    프리첼이나 한RSS가 이래저래 말들은 이유는 단순히 공짜만 생각하는 네티즌이라기보단, 현재 경쟁 서비스라거나 사람들의 결제 추세로 맞지 않는 유료화를 생각했기 때문이죠. 즉 유료화가 성공하지 못할거 같으니 욕먹었다고 볼수도 있는겁니다. 우리도 딱 들었을때 '어휴 장사 안될텐데'라는 생각부터 들지 않았나 싶어요.
  • SY Kim 2009/11/26 00:01 # 답글

    프리챌...비운의 기업이지요.

    그런데 제 생각에 프리챌은 시스템들이 최적화가 덜 되어있던 것 같습니다.
    아는 분이 그 쪽 회사에 있으셨는데, 당시 들은 바로는 시스템 규모에 비해서 IDC에 나가는 돈이 꽤 컸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물론 이게 모든 이유는 아니지만 IDC에 나가는 돈이나, 시스템의 응답성등등... 이런 사소한 것들도 몇 년동안 쌓이고 쌓이면 나름 치명타가 될수도 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 2009/11/26 02:24 # 삭제 답글

    별 허접한 아이폰 앱도 김밥 한 줄보다 비싼 가격에 팔리는데 서성열 씨의 김밥 한 줄도 아니고 반 줄이라는 말이 너무 가슴이 아프다. 그냥 응원하는 차원에서라도 김밥 반줄 혹은 두 줄 정도의 돈은 써도 안 아깝다. 역시 돈 버는 거는 그냥 잡담하는 웹 서비스가 최고인가?

    푸념인듯 싶습니다 세상은 만만한게 아니거든요 다 자기 생각대로 되는것도 몇 안되는거구요^^
    난 이정돈데 넌 이정도도 안되? 라고 밖엔 안보이는 글이군요.. 많은 사람들을 만족시키는것들에
    실패 하신거지요.. 내 생각과 타인은 다수의 생각은 다른거니까요..

    내면적으로 많은 갈등과 고민이 있었겠지요 그걸 무지한 가쉽거리만 좋아하고 공짜만 좋아하는
    사람 탓으로 돌리기엔 문제가 있지요..
  • ㄹㄹㄹ 2009/11/26 07:26 # 삭제 답글

    이글루스 오는 사람들 중에서는 IT종사자가 그렇게 많은데도 사람들 반응이 이렇게 차갑죠. 조금만 뭐라해도 뭔가 찔리는거 있는지 발끈하는 사람은 어딜가나 보이구요. 참 재밌는 사람들.
  • 수아기 2009/11/26 09:34 # 답글

    맞아요. 정말 자기에게 가치있다고 느껴진다면 그렇게 많지 않은 돈인데 말입니다. 너무나도 무료로 쓰는것에 익숙해 있었던것도 사실이구요. 웹 서비스 뿐만 아니라 운영체제도 마찬가지고 말입니다. 응용프로그램은 더 말할 나위도 없구요. 좋은것을 잘 만들어 서비스하는 모든 사람들이 엄청 부자까지는 아니더라도 그에 응당하는 댓가는 받을 수 있어야 할텐데 말입니다.
  • 맞니이 2009/11/26 10:07 # 삭제 답글

    김밥도 공짜로 주다가 갑자기 한줄에 2000원 내라 그러면 욕하는 사람이 생길지도..

    웹쪽은 공짜의 유혹, 공짜의 대안이 너무 널려있어서 유료화라는 이야기를 꺼내는것이 어려운 문화가 생겨버린 걸지도요..

    정말 천원이라면 낼수도 있는데 매달 빠져나간다던지 만원단위결제라던지 김밥처럼 깔끔하게 떨어지는게 아니라 뭔가 내가 모르는 사이에 줄줄 셀거 같은불안감도 좀 있는것 같습니다.
  • 형준군 2009/11/26 17:23 # 삭제 답글

    정말 김밥,커피에 비교하니 또 다른 관점에서 생각을 하게 하네요.
  • 최종욱 2009/11/27 12:31 # 답글

    정말 한국은 뭐가 손에 잡혀야 남는 장사인가 봅니다. ㅠㅜ
  • rice 2009/11/28 13:51 # 삭제 답글

    한rss 쓰다가 글 100개 이상은 잘리는 거 보고 안타까운 마음을 접고 구글리더로 왔죠...rss와 즐겨찾기로 완전 시작 페이지로 썼었는데...
  • devfuner 2009/12/03 08:32 # 답글

    저는 rss라는걸 사용하고 있지는 않지만 웹에서 여러 서비스들을 사용하면서 느끼던 부분이기에 공감할 수 있는거 같아요.
    서비스를 제공하기위해서 개발했던 시간과 노력에 대한 가치를 보는 눈들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네요.
  • 이쁜이 2010/05/29 15:33 # 삭제 답글

    정말 공감이 가고, 좋은 글 입니다
    저도 유료화가 되면 욕하는 사람중에 한명으로서..부끄러움을 느낍니다
    하지만 한가지 생각해봐야 할것은

    매끼 먹는 김밥한줄이 비쌀까요 아니면 한달에 한번 먹는 쇠고기 3인분이 비쌀까요
    주부들이 시장에서 그 몇푼안되는 콩나물 가격을 깍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

    어쩌다 한번이 아니라 자주 먹기 때문에 머릿속에는 늘 곱하기 30을 하는거죠
    100월깍았다면 곱하기 30하면 100원을 깍은게 아니라 3000원을 깍는 거니까요..

    김밥한줄이 가격은 적다 할지라도 사용자 입장에서 보면 그 김밥이 다가 아니라
    수많은 프로그램들과 서비스가 있습니다 그래서 구입하는데 신중 안할 수가 없게 되는거 같아요
  • 미토 2010/08/25 13:00 # 삭제 답글

    티끌모아 태산인데,...

    인구가 많은 영어권에서의 티끌은 백중에 하나인 반면
    한글을 사용하는 권역에서의 티끌은 열중에 하나인 셈이죠.

    서비스의 가치에 대해 느끼는 개인차는 의외로 큽니다.
    그 개인차를 백중에서 하나와 열중에 하나는 서비스를 만드는 입장이나
    사용하는 입장이나 다르죠.

    외국처럼 못 만드냐는 성토.
    일견 맞는 얘기이지만, 외국만큼의 시장이 안 되는 한국에서
    외국처럼 만들만큼 자원이 없으니..
    그래서 포탈처럼 자원이 많은 얘들은 더 쓰게 되고
    없는 얘들은 계속 없게 되겠죠.

    개인적으로 HanRSS와 같은 국내 서비스들은 댓글 다신분들의 말마따나 험한 세상 헤지며
    서비스 개발한달까요.
    그거 받아서 서버비용이나 댈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마지막으로 영어로 써비스 하는 순간, 한글 사용자는 참...지금처럼 배려하기 힘들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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