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깡패

28~30이 개발자 되기 많은 나이일까요?

별로 미국이 어쩌고 이래요 라는 이야기는 많이 하고 싶지 않다. 그래봐야 한국 욕 하는 것 밖에 안 되니까. 그래도 이건 한번 이야기 하고 싶다. 바로 나이.

정말 우리나라에서 나이, 학번, 기수는 깡패다. 검찰총장이 사시 22기가 되니까 그 보다 선배 기수들은 전부다 사퇴한다고 한다. 겨우 나이 한 살 많은 선배에게도 부모님한테도 쓰지 않은 존댓말을 쓴다. 그것도 재수한 친구가 있으면 나보다 나이 많은 친구가 나에게, 단지 학번이 높아서, 높임말 쓰는 웃기지도 않은 일이 벌어진다.

보통 우리나라에서 이력서를 쓸 때, 한정 지어 프로그래머로 좁혀 봐도, 일단 생년월일 아니면 주민등록번호부터 까고 시작한다. 그리고 성별은 너무나 당연히 적어야 하며 취미, 특기 같은 아리송하는 것도 묻고, 혈액형도 보통 묻는다. 결혼 유무 및 가족 관계도 묻는 것 같다.

그런데 미국에서 취직할 때 쓰는 이력서에는 방금 언급한 것을 적을 필요가 전혀 없다.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의 이력서를 보면서 성별과 생년월일을 적은 것은 잘 보지 못했다. 더 나가 학력 사항을 기재할 때도 대학교 입학 년도는 안 쓰는 사람도 무척 많았다. 우리는 대학교 입학 년도가 진짜로 중요하다. 학번도 입학 년도를 기준으로 하니깐. 그런데 미국은 잘 아시다시피 학번이 졸업 년도 기준이다. 그러면 더더욱 이 사람의 나이를 판단하기 힘들게 된다. 그래도 문제가 없는 것은 회사에서 사람을 뽑을 때 (다시 한정 지어 얘기해 프로그래머를 뽑을 때) 나이, 성별, 결혼 여부, 이 사람이 B형인지 전혀 관심도 없고 그게 당락에 영향도 주지 않기 때문이다.

프로그래밍 면접, 이렇게 준비한다”라는 책을 보면 이력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미국의 상황만 다룬 책이라 우리 실정에 바로 적용할 수는 없지만 이 내용을 읽어보면 개발자를 뽑을 때 무엇을 중요하게 보는지 알 수 있다. 여기서 잘못된 이력서를 하나 보여주고 어떻게 고칠지 조언을 한다. 먼저 좋지 못한 이력서의 예를 보면:

보는 순간 나도 정신이 좀 아찔하다. 생년 월일이야 그렇다 쳐도 고향을 왜 적고 더구나 주민번호에 해당하는 (그런데 유출되면 훨씬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는) SSN도 적고 있다. 이 책의 저자는 아래와 같이 조언하고 있다:

필요한 정보만 수록하라
아까 본 이력서를 보면 불필요한 항목이 괜히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인터뷰어가 그 이력서를 볼 때 가장 먼저 알 수 있는 것은 그가 미국 시민권을 가지고 있으며, 덴버에서 태어났다는 것이다. 국적이나 출생지가 나중에 입사 제의를 하는 과정에서는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칠 수도 있겠지만, 인터뷰어 입장에서 그 지원자가 회사에 적합한 사람인지를 판단하는 데 있어서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결국 지면만 낭비하는 꼴이 된다(물론 해외 에서 지원하는 경우에는 상황이 조금 달라서 국적 등에 관한 정보를 꼭 적어야 할 수도 있다). 그 외에 생일이나 고향, 주민등록번호, 혼인 여부, 취미, 여행 경험 같은 것도 불필요한 정보라고 할 수 있다. 즉, 이런 정보는 인터뷰를 따내 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석사 졸업할 때 즈음해서 풀타임 및 인턴 면접을 몇 번 보았다. 내 이력서에는

  1. 기본적인 연락사항: 이름, 이메일 주소, 핸드폰 번호, 집 주소
  2. 이력서의 목적: 소프트웨어 개발자 포지션을 찾아요.
  3. 학력사항: 난 학부를 참 오랫동안 다녀서(…) 입학 년도는 빼고 졸업 년도만 적음. 학점은 쬐끔 높아서 적음 ㅋ
  4. 프로젝트 경력: 학교 및 회사에서 한 프로젝트를 최근 것부터 정리해서 씀.
  5. 보유 기술: 보통 이걸 앞에다 적으라고 했는데 난 여기다가 그냥 C/C++에만 자신있다고 적음. 잡다한 오피스 제품군이나 HTML 이런 건 쓰지도 않음.

딱 요렇게만 적는다. 심지어 외국인이지만 국적도 적지 않았다. 보통 내가 지원한 회사들은 외국인에 차별을 전혀 두지 않기 때문이다(요즘은 경기가 나빠져서 안 그럴 수도 있다). 다만 인터뷰에 통과하고 나서 직접 서류 작업을 할 때 국적 사항과 비자 상태를 묻는다.

이 책에서는 좋은 이력서의 예로 다음을 보여주고 있다. 아참, 빼먹은 것이 있는데 지금까지 이야기한 것은 비교적 신입 포지션에 해당하는 경우다. 보다 상급자의 경우엔 다른 방향으로 이력서를 써야 할 것이다.

다행히 우리나라도 점점 나아지고 있다. 과거 지원 조건에 “19xx년 이후 출생자” 라는 문구를 흔히 볼 수 있었는데, 요즘은 이런 것이 많아 사라졌다고 들었다. 공무원 시험에도 나이 조건이 사라지고 아주 좋은 현상이라 본다. 그럼에도 불구 사람들은 들어가서 또 나이대로 서열을 매기고.. 한국 사회에서 나이는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사실 나도 한국사람인지라 나이에 연연하지 말자 떠들어도 신경을 쓸 수 밖에 없음은 인정한다. 그래도 이렇게 강제로라도 제도를 바꿔서 점차적으로 의식까지 변화할 수 있도록 노력은 해야만 한다.

한줄요약: 이력서에 생년월일, 성별, 결혼 여부 그리고 제발 혈액형 따위는 쓰지 맙시다. 저는 B형입니다.

by object | 2009/06/23 11:11 | 컴퓨터 | 트랙백(1) | 덧글(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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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vansw's blog at 2009/09/04 12:09

제목 : 나이가 깡패… 좋은글…
엊그제, 영어에 관한 좋은 글이 있어서 인용한 적이 있는데.. 그글을 다시 인용한 사촌동생덕에 트래픽이 많이 는것을 보고, 까무작 놀라, minjang님의 블로그를 찬찬이 보는 계기가 되었다. 아니나 다를까, 역시 늘 가지고 있던 생각을 여러 정황을 들어가며 설명한 좋은 글이 있어 다시 한번 인용한다. http://minjang.egloos.com/tb/2354338 덧붙여 한국이 선진국이 되기 위해선.. 나이와 함께, 호칭문제가 정말 개선되어......more

Commented by xeraph at 2009/06/23 11:41
혈액형도 쓰나요 -_-;
Commented by object at 2009/06/23 13:25
혈액형 뿐만 아니라 신장/몸무게/좌우시력...까지 적도로한 이력서 양식도 있죠.
Commented by 네피 at 2009/06/23 11:45
흠, 정말 흥미로운 내용이네요. 소셜넘버까지...ㅎㅎㅎ 한국이 지나치게 나이를 의식한다는 것에 공감합니다.
Commented by 스펙터 at 2009/06/23 12:48
알고 계시겠지만, 미국에선 개인 신상정보를 회사에서 요구하거나 그런 조건에 의해 채용에서 불평등한 취급을 받았다면 고소크리 들어가도 되죠.
...물론 고소하라는 말은 아니지만, 그정도로 상관없이 여기는 사항이라는 의미.
Commented by 이상훈 at 2009/06/23 13:24
기숙사 입주 신청 용지에도 '혈액형'이 있습니다. 제 생각에는 그냥 공용 양식지에 제목만 바꾼게 아닐까.. 합니다. ㅡ,.;
Commented by 기형z at 2009/06/23 13:35
근데 정말 한국에서는 이력서 요구하는 폼을 보면 너무 불필요한 정보를 많이 요구하는것 같아요..
어떤 곳에서는 부모님 직업/학력 까지 요구하더라구요;;
Commented by object at 2009/06/23 14:33
제가 초등학교 시절에 부모님 직업 학력 쓰는 건 당연했던 걸로...
Commented by Corund at 2009/06/23 19:48
요즘 사람을 뽑고 있는 중인데 이런 글을 보게 되네요. 기존에 회사에서 쓰고 있는 양식이 있어서 그걸로 제출하라고 하는데 찔리네요. 그나마 가족 사항이나 혈액형 같은 건 없애서 다행이긴 합니다. ㅡ.ㅡ;;

더욱이 한국에서 많이 쓰는 양식은 '표' 형식이 많아서 문서를 만들기도 힘들고 제대로 포맷팅하기도 불편합니다. 그래서 입사지원서 양식을 바꿔볼까하다가 너무 귀찮아서 관뒀습니다.

그런데 나이에 관한 내용은 좀 곤란하더군요. 물론 모집 공고에 나이 제한은 두지 않았습니다만 나이를 확인 안 할 수 없더군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나이에 따른 상하 구분을 뚜렷하게 하니까요. 업무상 상급자가 나이가 어린 경우도 문제가 되고 같은 동료들 사이에서도 나이에 따른 발언권 차이가 생기기도 하더군요. 팀웍을 위해서는 아무래도 나이를 고려 안 할 수가 없는 것 같습니다. 물론 그런 거를 현명하게 극복하는 사람도 있겠죠.

나이에 대한 문제는 시간이 걸리는 문제라 생각합니다. 더 나아질지 나빠질지는 모르겠네요. 아예 높임말을 없애버리면 빨리 해결될까요?

Commented by object at 2009/06/24 10:58
인정합니다. 그래서 나이가 중요하다라는 의식을.. 제도의 강제를 통해서라도 조금이라도 바꿔야죠. 높임말이 저도 근원적인 문제라고 보는데요. 발언권에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는 것이, 나이 많은 사람에겐 높임말을, 직급이 높은 사람에겐 ~님을 써야하니 수평적인 관계에서 얘기를 할 수 없습니다. 미국 얘기해서 그런데, 제가 인턴했던 회사에서는 펠로우급 매니저나 (아주 높은 분이죠) 일반 연구원이 서로 이름만 부릅니다. Sir이니.. Mr.이니.. Doctor니.. 그런거 당연히 없습니다.
Commented by 귀여운동생님 at 2009/06/24 03:53
HTML못하자나 메롱
Commented by 지.나.가.다 at 2009/06/24 09:51
옛날에 자주 가던 개발자님 블로그가 있었는데 (이젠 이름조차 까먹었군요)... 한번은 "자기 사진도 동봉 않하는 성의없는 이력서들이 짜증난다" 라는 글을 읽고 식겁한적이 있었군요.
Commented by object at 2009/06/24 10:43
아참 당연히 사진도 이력서에는 넣지 않죠. 인종도 쓰지 않고.. 물론 취업 후에는 인종을 보고할 수는 있습니다. 왜냐면 미국 기업들은 diversity를 높이기 위하기 때문에..
Commented by 한세희 at 2009/06/24 09:55
휴;;;면접본곳중에 혈액형을 물어보는곳도 있었습니다-_-...;
이력서에만 적으면 다행이죠;적혀 있는데도 물어보는 그런 망할;
Commented by dankoon at 2009/06/26 02:46
한국게임회사의 미국법인에서 개발 메니저로 일하는 사람입니다.

미국은 법적으로 회사측에서 최소 4가지 정보를 이력서에 요구해서는 안됩니다. 사진, 성별, 생년월일, 인종정보가 그것입니다(SSN은 너무나 당연한거구요. ^^). 이런 정보를 요구했다가는 법적 책임을 질 것을 각오해야 하지요. 나머지는 그냥 잡음을 피하기위해 관례적으로 요구하지 않고요. 직장을 구하는 사람측에서도 저런 정보 넣는 것은 피해야 합니다. 위의 4가지는 당연히 넣으면 안되구요. 게다가 거주 신분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넣거나 물어보면 안되요.
즉, 비자타입이 뭐다, 영주권 있다. 이런것 넣으면 안된다 이겁니다. 그럼 어떻게 밝히느냐. 미국내에서 합법적으로 일 할 수 있는 신분이다라고만 밝히면 되고요. 입사 결정나면 그때가서야 거주신분을 확인해서 회사 인사데이타로 관리를 하는 것이지요.

결론적으로, 회사는 사람을 구할 때 일하는 데에 필요한 정보외에는 어떠한 정보도 요구하거나 물어봐서도 안되며 "결혼하셨나요? 부모님은 뭐하시나요? 남자친구 있어요?" 이런 것 물어보고 떨어뜨리면 개인정보를 기반으로 한 차별이라는 근거로 소송 가능합니다.
Commented by object at 2009/06/26 11:37
정보 감사합니다. 말씀대로 사진/성별/생년월일/인종은 적는 사람을 본 적이 없고요. 그런데 비자 및 영주권 사항은 적는 사람도 많이 있기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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