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유시민, 김성식 그리고 CPYD

1. 자랑스런(!) 나의 고등학교 선배님이신 유시민 전장관님이 상당한 선전을 하였다. 사실 유시민은 결코 인기있는 정치인이 아니다. 특히 노무현이라면 학을 떼는 대구 사람에게 노무현=유시민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진짜 더럽게 인기가 없었다. 그리고 더구나 그가 선택한 지역구는 수성구. 수성구라면 대구에서도 가장 부촌이고 서울로 치면 강남구에 해당하는 곳이다. 또, 현역 국회의원인 주호영 의원에 대한 평가도 좋은 편이라 더더욱 쉽지 않았다. 주호영 의원을 사고 뭉치인 주성영 의원과 헛갈리지 말도록. 비록 주호영이 친이명박계지만 이재오-이방호처럼 설치지 않고 다녔기에 친박 세력으로부터 반감도 적었다. (문국현과 강기갑은 친박연대에게 감사를)

이런 최악의 조건 속에서 유시민은 30%가 넘는 상당한 득표율을 기록하였다. 이건 수성구에서 노무현의 2002년 득표율도 당연히 능가하는 수치이며, 지난 대선의 정동영 지지율보다는 수 배 많은 수치다. 유시민은 대구에서 초-중-고를 나온 토박이 대구 사람이다. 이걸 열심히 알리고 지역을 위해 열심히 일하겠다고 말한 것이 꽤 많은 유권자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 같다. 유치하게 지역감정을 극복하기 위해 한나라당 말고 저를 찍어주어야 합니다... 이런 개 풀 뜯어 먹는 논리로 나서면 오히려 역효과다. 유시민 지지자들은 이걸 좀 알아야 한다. 비록 유시민이 가지는 의미는 지역감정과 때어놓고 설명할 수는 없지만 이걸 선거 기간 내에 직접적으로 건들이는 것은 좋지 않다. 그냥 지역 발전을 위해 힘쓰겠다고만 말하는 것이 좋다. 유시민은 이걸 잘 아는데 지지자들은 그렇지 않은 듯.

이 정도면 다음 번에는 가능성이 제법 있어 보인다. 다만, 주호영 의원도 놀고만 있지 않고, 평가도 좋은 편이니 험난하긴 하다. 앞으로 4년 간의 유시민의 행보가 관심이다. 다음에는 꼭 붙기를 기원한다.

2.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관악구 갑 선거 결과를 주목하고 싶다. 관악구는 서울에서도 리틀 호남으로 호남 계열 의원이 득세하는 지역이다. 서울대 덕택에 학생 인구도 많은 편이지만 일단 주변을 봐도 호남이 고향인 분들이 많다. 그래서 관악구 을에서 이해찬이 무려 5선을 할 수 있었고, 관악구 갑도 당연히 민주당의 몫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처음으로 한나라당 김성식 의원이 당선이 되었다. 가까스로 (2.7% 득표차) 현역 의원이었던 유기홍 의원을 제치고 당선이 되었다. 김성식은 16대, 17대 모두 출마하였고 민주당 의원에게 고배를 마셨다. 그럼에도 불구 끝끝내 관악구에서 계속 일을 계속 하더니 드디어 당선이 되고 말았다. 98년부터 2005년까지 내가 살았던 지역구라 관심있게 본 결과.

3. 투표율로 말이 많다. 대표성에 문제가 있다고도 한다. 그런데 나는 이런 선거를 거대한 표본을 가지고 시행하는 여론조사로 보고 싶다. 비록 투표하지 않은 층에서 반 한나라 정서가 강할 수도 있다. 그러나 투표하지 않은 절반의 사람들에게 목에 칼 대서라도 한 당을 고르라고 하면, 여전히 상당 수는 한나라당을 지지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이명박이 투표율 60%에 지지율 50%여서 0.6*0.5=30% 대통령이라고 하는데 이것도 매우 동의하기 힘들다. 투표하지 않은 40% 중에서도 결국 비슷한 비율(물론 차이는 있겠지만)로 지지후보가 갈리기 때문이다.

4. 그러니까 제발 해외유학생이나 단기 해외 체류자들도 부재자 투표를 할 수 있게 해달라!!

5. 투표를 세번 연속하지 않은 사람에게 벌금을 물리는 방안 같은 것도 심각히 고려를 해야할 때가 왔다.

6. 박근혜는 정말 무섭다. 친박연대라는 완전 웃긴 당도 박근혜 이름 하나로 전혀 웃기지 않은 결과를 만들어냈다. 대운하 저지라는 측면에선 사실 유의미한 결과일 수도. 암튼 박근혜가 팔 걷어올리고 전국을 누볐으면 한나라당이 180석도 먹었을 듯. 결과적으로는 강력한 견제 세력이 여당 내에도 있는 참 재미있는 상황.

7. 친박연대라는 당을 보면 완전 코미디다. 당을 만들기는 만들어야 하는데 시간이 급조해서 이들은 기존의 정당을 재활용하는 기가막힌 방법론을 택했다. 그 당은 바로 지난 대선 기간에 만들어진 "참주인연합" 이라는 당. 이 당은 전 과기부 장관이었던 정근모가 대선 출마를 위해 만들었던 당인데, 대선 직전에 이회창 지지하고 자폭하여 당은 텅텅 비어있었다. 이 당을 친박연대가 접수하여 당명을 친박연대로 바꾼 것. 정말 놀랍다. 이 재활용. 당을 재활용함에 따라 아낄 수 있었던 수 많은 A4 용지와 공무원들의 시간을 생각하면 칭찬해줄만도 하다.

8. 친박연대의 위키피디아 설명:

친박연대(親朴連帶)는 2007년 9월 28일 창당한 대한민국의 정당이다. 2008년 3월 참주인연합에서 미래한국당으로, 또 친박연대로 당명을 변경하였다. 친박연대의 박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의미하지만, 박근혜는 친박연대의 당원이 아니다.

9. 친박연대 웹 플래시 광고 주소를 보면 cpyd.html을 볼 수 있다. 친박연대의 영문 이니셜은 C-P-Y-D.

by object | 2008/04/10 13:29 | 나머지 | 트랙백 | 덧글(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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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고어핀드 at 2008/04/10 13:58
맞아요. 제가 봐도 유시민 씨는 정말 정확하게 보고 있습니다. 머리 좋은 사람이라 그런지 정치도 빨리 배운 것 같아요.

덤: 개인적으로 강기갑 씨는 정말 이번 총선 최고의 당선자인 듯. 민노당 안 찍었지만 국회에는 이런 사람이 한두 명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변호사, 경제학자들만 모인 나라도 아니니까요.
Commented by nokarma at 2008/04/10 14:50
사실은 정치에 관심이 상당히 많군요.

자칭 민주,평화,개혁,진보세력(좀 좋게 들리는 말은 다 주워모으는 취미들이 있는듯...) 네티즌들 아전인수식으로 지지율 해석하는거보면 웃기죠.

도대체 장사를 하겠다는건지 말겠다는 건지도 잘 모르겠구요.
투표안한 20대는 한심하고, 한나라당에 투표한 20대는 생각 좀 하고 살라고 비분강개들 하는데, 그러면 젊은 애들이 그거 듣고 "아! 다음부터는 반드시 투표에 참가해서 쟤네들 찍어줘야겠구나..."라고 생각할거라고 보는건지...
Commented by object at 2008/04/10 15:23
정치에 무척 관심이 많습니다만 뭐 13번 정당을 찍겠습니다! 문국현을 지지합니다! 이것과는 거리가 멉니다. ㅋㅋ 저의 기본적인 스탠스는 진보세력이라고 해서 다 잘하는 것도 아니고 한나라당이라고 해서 다 쓰레기만 있는 것도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우파에 가까우나 부유세를 찬성하고 출자총액 제한도 찬성합니다. 그래서 진보/보수와 같은 따분한 이분법으로 나누고 진보면 무조건 환호, 보수면 무조건 거품무는 사람들을 싫어합니다.

우리나라 진보 추종 세력의 가장 큰 문제점은 자신들만이 옳은 줄 안다는 거죠. 그래서 말씀하신바와 같이 한나라당 찍은 20대를 경멸하는 그런 저능아 수준의 발언이 나오죠. 자신들의 논리와 선택만이 옳다고 주장하는 것들에 너무 질렸습니다. 한나라당 중에서도 5공과 관련있는 사람들은 이제 소수인데 여전히 그 연장선에서 보는 것도 좀 웃기고, 대구 사람들이 한나라당 찍는 거는 거품무는데 충청도에서 자유선진당이 득표 엄청한 건 아무도 욕을 안 하더라구요. 쩝...
Commented by BigTrain at 2008/04/10 15:42
사실 낙하산 공천으로 치자면 문국현씨만한 낙하산도 없죠. ^^;

"국개론"따위가 횡행하는 걸 보니 온라인 민심이 실생활과 갈수록 차이가 벌어져가는 것 같습니다. --;
Commented by nokarma at 2008/04/10 16:06
20대의 한나라당 투표를 보수화로 규정하다보니 그 대척점에 있는 세력들은 자연스럽게 진보로 포지셔닝되버리는 경향이 있는데, 사실 냉정하게 분석해보면 아무리봐도 이 세력을 진보라고 불러줄 이유가 없는것 같더군요.

지난 대선 투표 집계를 보니 열린 우리당 대통령 후보를 찍은 표의 40%이상이 호남 거주자에요.
지역 개발이 낙후된 관계로 타지에서 사는 호남 사람들이 많은데, 어느 정도되는지 정확히는 모르지만 대강 현재 호남 거주자 수의 50%정도가 타지에 살고 있다고 가정하고, 이 사람들 자기 지역 사람에 투표하는 비율을 낮게 잡아 90%정도로 가정할때 소위 자칭 민주, 개혁, 평화, 진보 세력의 60%는 사실 전라도 지역 세력일 뿐이라는 계산이 나옵니다.

나머지 40%는 운동권 세력과 일부 자유주의 성향의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다고 볼 수 있는데, 알다시피 운동권 세력의 majority는 주사 엔엘 세력이에요. 이 세력의 특징은 이성 결핍, 감성 과다, 사교 신도 멘탈리티(수령적 의장님)등으로 대변될 수 있는데, 진보하고는 몇 광년정도 떨어져 있다고 볼 수 있죠. 민노당 사태보면 알 수 있지 않습니까?
이렇게 차떼고 포떼고 나면 문국현으로 대변되는 실제 개혁, 자유주의 세력은 잘 봐줘야 10~20% 사이 정도 될 것 같더군요.
그러다 보니 좀 개혁적인 소수도 있는데 거품무는 저능아들도 많고 지역주의자도 많은게 사실이죠.
한나라당에 투표하는쪽 세력과의 차이점은 진보같은 딱지붙이고 위선떨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매우 많다는건데 사실 내용물은 별 차이가 없다고 봅니다.
Commented by object at 2008/04/10 16:41
유시민은 정말 똑똑한 사람이죠. 문제는 그 지지자들이 엄하게 지역감정 해소를 위해 유시민을 밀어달라는 소리만 하고 있죠. 지역감정 해소 당연히 중요합니다만 그거 전면으로 내세우면 역효과 납니다. 지역감정의 무슨 투사로 만들어선 안됩니다. 그냥 지역을 위해 일 잘 할 수 있다라고 홍보하는 것이 최고죠. 그런데 이번엔 무소속으로 출마했는데 이거 어떻게 될지 궁금하네요.

아직도 답답한 블로거들이 많죠. 대표적으로 지난 대선에 "내 주변엔 다 문국현이고 이명박 저주하는데 왜 여론조사는 이래?" 라고 하는 분들. 그냥 인터넷과 블로그스피어는 그들만의 놀이터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전 올블로그 안 간지, 이오공감 안 간지 아주 오래되었습니다.

민주노동당이 이번에 망하기를 바랬습니다. 2% 미만 득표해서 정당이 망가지도록. 그리고 원래 민노당 지지 세력은 뭐.. 급조되기는 했지만 13번 정당에게 가기를 원했는데 오히려 13번 정당이 그냥 허공으로 사라져버렸네요.
Commented by nokarma at 2008/04/10 16:57
유시민에 대한 느낌은...
똑똑하편에 속하기는 한데, 그 정도 똑똑한 사람은 많은것 같고,
말을 잘하는 편이라고 볼 수 있는것 같고,
말 하는거 다 믿어도 될만큼 신뢰할 만한 사람인지는...글쎄요?...정도 되겠습니다.
여태까지 행보보면 자기 출세할 길 찾아가는 정치적인 감각은 뛰어난 편인것 같구요.
Commented by nokarma at 2008/04/10 16:59
나도 민노당보다는 심상정이나 노회찬이 되었으면 했는데 어떻게 강기갑하고 권영길이 당선되어버렸네요.
대한민국은 진보하고 인연이 없는듯
Commented by 뇌광청춘 at 2008/04/10 18:58
정책 쪽으로 가면 유시민씨가, 산업기술보호법이던가? 하는 법안에 도장을 찍어서 학을 떼는 분들도 많으시더라고요. 특히 IT계열 분야에서. 저도 굉장히 좋아하는 정치인이긴 한데, 그런 정책적 성향을 보면 마냥 좋아할 수만도 없는 정치인이라 참 아쉽습니다. 이번 선거는 친박연대가 참 무서웠죠. 다들 비웃었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전혀 비웃을 만한 입장이 아니었으니...

아, 좀 뒤늦었지만 링크신고합니다.
Commented by Gerald at 2008/04/10 19:16
본문 7번을 다른 경제적 용어로 표현하자면, 다들 아시겠지만.. '우회상장'

실제 대구의 민심이 보수적이고 이번 선거에 투표율을 볼떄... 유시민씨의 득표율은 정말 상당한거 같아요....

대구 모지역구에서는 현역 지역 의원이면서도 경우 10% 넘기분 하고 비교 해본다면...

Commented by 쌍부라 at 2008/04/10 20:28
> 유치하게 지역감정을 극복하기 위해 한나라당 말고 저를 찍어주어야 합니다...
이걸 여덟글자로 줄이면 "예수천국 불신지옥"이 되려나요? 아 예수는 아닌가.. 아무튼 ( -_-)

20대 대부분의 한나라당 지지에 대한 비판적인 목소리는 그렇다 치고, 사실 아예 정치에 대해 관심 가지기를 포기한 것이 더 안타깝습니다. 뭐 각자 생각이 있겠지만서도 시스템을 만들어가는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것도 흔하지 않은데 과감히 포기하고(?) 나중에 시스템에 휘둘릴 것을 생각해보면 말입니다.
Commented at 2008/04/11 00:19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캐리 at 2008/04/11 02:06
관악구 갑에 사는 학생입니다. 유기홍씨가 계속 대운하 반대와 4년 연속 우수국회의원으로 나섰지만 오늘 길에 보니 김성식씨가 당선자로 전하는 말이 사거리에 붙어 있더군요.

저도 민노당 대신 진보신당이 되었으면 했는데 결국 한자리도 못었었더군요... 그건 좀 슬펐습니다.
Commented by she at 2008/04/11 14:18
전 은평을인데... 문국현씨가 친박연대에게 감사라고까지 표현해야 하나요? 몇몇 분 보면 친박연대 때문에 이재오 물리치고 당선됐다고 보시는데... 이재오씨 떨어진 건 본인탓이지요. 이미 지난 대선 때부터 지역구에 대한 관심은 소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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