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atware, 기생충같은 소프트웨어

나는 비교적 최근 Bloatware라는 단어를 들었다. 어디서 들었냐면 바로 Lenovo Thinkpad 시리즈 노트북을 사면 깔려있는 ThinkVantage라는 프로그램을 사람들이 Bloatware로 실랄하게 비판하는 글에서였다. Bloat의 사전적 의미는 부풀리다, 팽창하다는 뜻이다.

(전산학에서는 code bloat과 같은 용어가 있다.대표적으로 C++에서 template을 사용하는데 데이터 타입을 부주의하게 다루다보면 코드가 엄청나게 만들어지는 부작용이 있다. 이 경우를 code bloat이라 하며 template의 단점 중 하나로 꼽힌다. 그런데 요즘은 컴파일러와 링커가 똑똑해져서 쓰이지 않는 코드는 제거하고 중복된 코드는 합쳐주기도 한다. 템플릿 코드 디버깅하다 보면 이렇게 최적화 되어있는 경우를 볼 수 있다.)

Bloatware는 감을 쉽게 잡겠지만 소프트웨어가 버전 업을 거듭하면서 쓸데없이 덩치만 커서 시스템 자원을 갉아먹는 기생충과 같은 존재를 가리킨다. ThinkVantage는 나름대로 랩탑을 손 쉽게 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각종 기능들을 모아 놓은 것이다. 그런데 정말 전~혀 필요가 없다. 그런데 이것 때문에 황당할 정도로 시스템 자원을 갉아 먹는다. 처음으로 씽크패드 노트북을 사서 윈도우 설치를 마치고 부팅 후 띄운 작업관리자 모습이다.

 

보다시피 프로세스 수가 무려 92개가 있다. 정말 황당하기 짝이 없다. 이러니까 비스타가 느리다고 욕 먹는게 아닐까. 그래서 대표적으로 Norton으로 시작하는 것들 다 지우고 ThinkVantage를 죄다 지운다. 그러면 부팅 후 프로세스가 약 58개로 대폭 줄어든다. 어이없음... @.@

Bloatware 중 대표적으로는 아무래도 악명 높은 Nero Burning Rom을 들지 않을 수가 없다. 난 씨디 굽는 프로그램만 깔고 싶은데 별 희한한 것이 다 깔린다. 최악으로 네로는 무슨 동영상 코덱을 마구 깔아 놓는다. 그래서 비스타 탐색기에서 동영상 파일들이 있는 폴더로 가면 이 네로의 코덱이 자동으로 연결되어 실행이 된다.

 

제대로 코드가 작동하면 좋은데 황당하게도 비스타에서는 이 코덱이 죽고 만다. 그래서 COM surrogate 오류라는 에러가 떠서 많은 비스타 유저들을 당혹케 하기도 한다. 또, 비스타에서 예전 네로를 깔려고 하면 DirectX를 깔아야겠다고 설쳐서 난리를 핀적이 있다. 그 때 난 정말 갸우뚱했다: 도대체 씨디롬 꿉는 프로그램이 DX는 왜 깔려고 그러는거야?!

이 뿐만 아니다. 최대한 잡다한 것 안깔리도록 다 빼고 설치를 해도 위 그림에서 보다시피 Nero Scout라는 또 알 수 없는 무언가가 탐색기에 달라 붙었다. 이야. 난 정말 네로에게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이 밖에도 그림만 잘 보여주면 되는 것 같은 ACDsee가 갑자기 동영상을 보여주겠다고 설치지 않나, 이미지 편집 기능이 들어가 그림만 보고 싶은데 각종 편집 기능을 가진 툴바가 잔뜩 뜨지를 않나, Winamp 역시 음악 파일만 충실히 틀어줄 것이지 언젠가부터 동영상을 보여주겠다고 동영상 확장자를 가져가겠다고 설친다. 그래서 내 컴퓨터에서 동영상 파일을 차지하겠다고 다투는 프로그램들이 한 두개가 아니다. 그 중에서 리얼플레이어가 제일 불쌍하다.

윈도우도 Bloat되고 있다고 욕을 많이 먹는다. 위키에서 가져온 도표:

보다시피 절대적인 컴퓨터 사양이 엄청나게 증가했다. 그러나 욕 욜라 먹은 지난 번 쓴 글에서도 주장했듯이 절대적인 하드웨어 비용은 늘었지만 상대적인, 즉 가격을 고려한 하드웨어 비용은 변하지 않았다. 2002년에 XP를 원활히 돌리는데 필요한 컴퓨터 가격이나 지금 비스타를 위한 최적 시스템의 비용이나 큰 차이가 없다. 아니, 오히려 더 저렴해졌다.

윈도우가 블롯되고 있다는 것은 난 그렇게 동의하기 힘들다. 분명 비스타가 자원을 많이 먹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보다 미니멀하게 바뀌어진 시작메뉴나 어려운 다이얼로그 박스 대신 최대한 웹페이지와 같은 인터페이스를 전면에 내세운 것은 블롯과는 거리가 멀다. 예전에는 제어판 열고 원하는 기능 찾으려면 한참 헤맸는데 비스타에서는 그냥 검색창에 글씨 한 두자만 쳐도 바로 된다. 기능은 복잡 해졌지만 인터페이스는 단순해졌다.

오피스 2007도 Bloatware라는 측면에서 봤을 때 아주 훌륭한 소프트웨어라 칭할만하다. 점점 복잡해지는 기능을 담기 위해 넘쳐나는 풀다운 메뉴를 획기적으로 리본 인터페이스로 단순화 시킨 것은 높이살만 하다. 오피스 2007을 이제 꽤 오래 썼는데 쓰면 쓸수록 잘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버전업=기능추가" 라는 공식이 지금 껏 유지되어왔다. 그러나 이제 한계에 다다른 것 같다. 과거와 같이 무조건 새로운 기능을 구겨넣자가 아니라 오히려 기능을 단순화하거나 빼는 것도 버전업 혹은 소프트웨어 진화의 한 길이 될 것이다.

by object | 2008/03/22 16:45 | 컴퓨터 | 트랙백 | 핑백(1) | 덧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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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가하는게 아니라 제거하는데 비용을 내다니. 두번, 세번 확인했지만 정말이었다. Fresh Start로 이름 붙은 이 옵션은 그간 소니 바이오를 끊임없이 괴롭혔던 기생충 같은 소프트웨어(Bloatware)를 설치하지 않는 조건으로 50달러를 추가로 지불해야 한다. 하드웨어의 높은 완성도에 비해 형편없었던 소프트웨어, 즉 쓰레기를 치우는 조건이다. 분명 소니는 ... more

Commented by likejazz at 2008/03/22 17:25
추천한표 드립니다. ^^
Commented by noname at 2008/03/23 00:36
오~ 멋진 글!
Commented by eslife at 2008/03/24 08:58
저도 도시바 노트북인데, 노트북 시작시 장난아니게 많은 프로그램이 로딩됩니다. 아직 노트북을 100% 활용하고 있지는 않아서 시작 프로그램에서 대부분 제거하지 않고 두고있기는 하지만, 이런것들 때문에 어느날 아 왜 이리 무거운게지.. 하고 느끼고 다시 밀어 버리게 되는 악순환이 생기는 듯. 오피스는 매번 버전 발표할때마다 가장 좋은 하드웨어 사양에서 잘 돌아가나 봅니다. 2007 도 bloat 한 느낌을 없애기 위해 너무나 멋진 변신을 했지만, 역시 느린 pc 들에서는 라이브 프리뷰 한번 돌렸다가 뚜껑열린다고하는 사람들이 있더군요. bloat 하지 않은 소프트웨어를 만든다는거 정말 힘든 일입니다. 한달에 기능 10개를 추가해도 사용자들이 전혀 알아주질 않아서 저희도 늘 고민중입니다 ^^;
Commented by object at 2008/03/24 15:29
거의 모든 노트북들이 다들 블롯웨어로 고생하는군요. 거참 참 알 수 없는 일입니다...

저도 늘 소프트웨어의 버전업이라면 메뉴에 기능 더 추가하고 옵션 다이얼로그 박스 더 복잡하게 만드는 것이 당연한 것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라구요.
Commented by daybreaker at 2008/03/26 21:37
저도 윈도우 계열 노트북 보면 항상 불만이 왜 저런 무거운 프로그램들을 깔아주려고 난리를 치는지...
이 점에서는 맥북이 최곱니다;; 깔끔하게 OSX + iLife + iWork 데모 정도만 깔려있으니....
Commented by object at 2008/03/29 01:43
아마 소프트웨어 업체들에게 돈 받아먹고 깔아주는 것이겠죠.
Commented by joogunking at 2008/04/07 12:50
메이커 PC에서 특히 심하죠. 사용자를 편리하게 할려는 의도는 좋은데 너무 무겁게 만드는 것이 단점입니다.
윈도우즈도 그래요. 시작시 필요없는 서비스들 삭제하는 법을 검색하다보면 이걸 MS에서 기본적으로 해 주는 것은 안될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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