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유조선 사고

본인의 주전공에 관한 이야기가 슬쩍 나오고 있는데 워낙 아는 바가 없어서 별로 할 말이 없다.

1. 최근 지어지는 배들은 이중 선저가 기본으로 되어있다. 그러니까 배 껍데기가 두 겹으로 되어있다는 소리. 이번 사고는 단일 선체인 유조선이라서 피해가 저렇게 심각한 것.

2, 배를 짓는데 쓰이는 철판의 두께는 생각보다 무척 얇다. 보통 유조선의 길이가 300미터가 넘는데 배 겉을 감싸는 철판의 두께는 보통 수 센치미터 수준 (으로 기억을 한다... 긁적.. 가장 하중을 많이 받는 부분도 10cm 정도였던 것 같다). 그렇게 거대한 구조물을 이렇게 얇은 철판으로 유지한다는 것이 구조역학의 승리, 물리의 승리, F=ma의 승리, 뉴튼 만세인 것이다.

3. 배는 워낙 질량이 많이 나가기 때문에 관성 또한 매우 엄청나다. 또한 브레이크라는 것도 없기 때문에 (엔진을 역추진하는 정도가 고작) 20노트로 달리고 있는 유조선을 멈추려면 제동거리가 배 길이의 수십배에 달한다 (라고 배웠는데 까먹어서 기억이 잘...) 이번 사고도 보니 크레인과 유조선이 충돌한 것인데,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그 먼 거리의 배들이 왜 충돌하나 싶지만 워낙 관성이 커서 쉽게 위치를 바꾸거나 멈추게 할 수가 없다. 그래서 알면서도 저렇게 충돌한다.

4. 그래서 배의 타를 돌려도 배가 바로 방향을 바뀌는 것이 아니다. 한참 뒤에나 그것이 바뀌고 그것도 제대로 예측하기가 힘들다. 원초적으로 거대한 유조선들은 방향 안정성이 떨어져서 (타를 아무리 고정했다고 해도 배가 똑바로 나가는 것이 아니다) 오토 파일럿 기능 (자동 컨트롤 기능, PID 피드백시스템으로 만듬)이 필수로 들어가있다 (라고 배웠는데 모르겠다..)

5. 하나 재밌는 것: 배에 화물이 가득차면 배가 약간 가라앉기 때문에 안정성이 높아진다. 즉, 전복될 위험이 감소한다. 그러나 화물을 다 비우면 배가 붕 뜨게 되어 전복될 위험이 높아진다. 그래서 ballast water tank를 두어 배에다가 물을 가득 채워 일부로 물에 어느 정도 잠기게 해서 안정성을 높인다. 그런데 이 물의 양이 엄청나고 이 때 수 많은 생물들도 딸려온다. 그래서 이것이 생태계를 교란할 수 있다. 인천 앞바다에서 화물을 채우고 아프리카로 간 배가 돌아올 때 아프리카에서 물을 채워오면 이건 심각한 생태계 교란을 유발할 수 있다. 그래서 최소 수십킬로미터 밖에서 ballast water를 버리고 들어와야하는 규약 등이 있다.

6. 배는 부실 공사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왜냐면 감리가 그만큼 엄격하기 때문이다. 과거 성수대교, 삼풍백화점이 무너진 것도 기술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결국 감리 부실이 그 원인이었던 것.

7. 10년 전, 1학년 일 때, 중국이 곧 따라온다고 위험할 것이라고 그랬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 조선산업은 부가가치선박을 잘 개발하여 1등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 굉장히 자랑스러운 것인데, 워낙 허상없는 첨단만을 좇는 우리네 풍습으로 그 만큼 인정을 잘 못 받는 것 같다.

8. 대표적인 고부가가치선박으로는 LNG선이나 (예전에 2억달러 한다고 했는데 요즘엔 얼마인지 긁적) 바로 배위에서 석유정제 등이 가능한 FPSO가 있다. (00년 즈음에 현대미포조선이 2.5억달러에 팔았다고...)

이런 FPSO는 배가 가만히 머물러 있어야하기 때문에 그림에서 보듯이 자세 제어를 하는 프로펠러들이 여러개 달려있다. 위치는 GPS로 보정한다고 한다.

9. 이런 사고 좀 안터지게 제발 오래된 배는 빨리 빨리 바꿉시다.

10. 나는 왜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주식을 사지 않았던가?

p.s. 성적표에 자랑스럽게 있는 "해양구조물설계 C0"

by object | 2007/12/08 21:26 | 나머지 | 트랙백 | 덧글(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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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thebits at 2007/12/08 21:40
아.. 그래서 먼 바다에서 물(?)을 버리고 있던 얘들이 다 그런 배들이었던 거구나.
대체 왜 저러고들 있나 했었다는.
Commented by ghost at 2007/12/09 02:30
형의 과후배인 제친구가 삼성중공업 다니는데, 갑자기 생각나네요;
Commented by daybreaker at 2007/12/09 02:48
ballast water하니까 영화 우주전쟁이 생각나네요.
아직은 요원해보이는 일이지만 우주 여행을 밥먹듯 하게 되는 날이 오면 외계 생물권과 지구 생물권 사이의 biological barrier를 잘 관리하는 것이 무척이나 중요하고 어려운 일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Commented by 백승우 at 2007/12/09 18:51
저도 기계공학이라 관련이 있지만.. 워낙 전공과 담을 쌓고 지내다 보니...
제가 알기로는 철판이 7센티로 알고 있었는데...10센티였다면.. 그나마..
그나저나.. 배보다는 기름유출로..
바다오염이 더 걱정이네요..
Commented by object at 2007/12/10 03:30
그랬나요. 저도 기억이 가물하네요. 저는 사실 1~2cm로 기억합니다. 그리고 중심 부분에는 하중을 많이 받아서 한 10센치 되는 걸로 기억이 되구요 -_-; 이 과목 학점이 개판이라 ㅋㅋㅋ
Commented by joogunking at 2007/12/10 17:31
여튼 빨리 복구가 되어야할텐데요..잘 배우고 갑니다.
Commented by hertravel at 2007/12/12 13:42
잘 읽고 갑니다 :)
Commented by 6년근 at 2007/12/12 16:46
과연 언론통제의 "S기업"이라는것을 이번에 다시 느꼈습니다.
Commented by TomCat at 2008/01/30 17:13
최항순 교수님 때문인가요? !
Commented by object at 2008/01/31 00:33
해양구조물설계 (성우제꺼)는 재수강 못했어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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