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파게티 vs 짜짜로니

나는 짜파게티류를 좋아하는 편이다. 그 중에서도 농심 사천짜장은 나의 최고의 기호식품 중 하나이다. 사천짜장이 등장한 이후, 오리지널 짜파게티는 사먹지 않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미국에서는 사천짜장이 판매되지 않고 있다! 다행히 지난 겨울 한국에서 특급 공수한 사천짜장 20개로 지금까지 버텨왔다. (안타깝게도 공수 도중 반 이상이 전사하여 면발이 모두 과자 수준의 가루가 되어버렸다.) 사천짜장을 다 먹고 난 뒤 이번에는 농심 제품이 아닌 '삼양 짜짜로니'를 구입하고 시식하게 되었다.

농심 제품과 삼양 제품은 짜장면을 구현하는 데에 있어 사뭇 다른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다. 아시다시피 농심 제품은 일단 면을 끓이고 물을 거의 없앤 뒤, 분말로 된 짜장 가루를 섞는 구조이다. 그리고 버린 물 덕에 부족해진 지방을 보충하기 위해 '유성스프'라는 독특한 체계를 갖추고 있다. 사천짜장 특유의 매콤한 맛도 이 유성스프를 통해 구현되고 있다.

그러나 짜짜로니의 접근 방식은 다르다. 면발에 녹아있는 기름을 끝까지 유지하는 정책을 펼친다. 그래서 면을 5분간 끓인 뒤, 절대 물을 버리지 마라고 경고하고 있다. 이 상태에서 분말이 아닌 페이스트 형태의 짜장 소스를 넣고 2분간 더 비비라고 나와있다.

그러나 2분을 더 센 불에 비벼도 (도합 7분간의 조리) 물의 양은 좀처럼 줄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아뿔싸! 초반에 물을 너무 많이 넣은 것이었다. 농심 제품은 어차피 물을 버리기 때문에 초기 물의 양은 중요치 않았다. 그러나 짜자로니의 완벽한 구현을 위해서는 initial value가 상당히 중요하다.

오래 끓이면 면발이 퍼져서 참혹한 맛을 줄 것으로 우려되었다. 여기서 조리를 중단해야 할지 결단을 내려야 한다. 짜장 국물을 택할 것인가 아니면 퍼진 면발을 택할 것인가의 중대한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 것이다. 전자보다는 후자가 낫다고 판단, 물이 줄 때까지 계속 끓이기로 마음을 먹었다. 1분을 더 끓이니 이제 물이 좀 줄었다. 그러나 아직 멀었다. 도합 8분을 끓인 셈. 다시 한번 큰 맘을 먹고 2분을 더 끓이니 이제 완벽한 수준으로 도달하였다. 그러니까 총 10분 동안 끓여야 했다.

천만다행으로 면발은 거의 퍼지지 않았다. 짜짜로니 면발 설계자들은 이러한 삽질을 사전에 예상한 듯 했다. 장 시간 뜨거운 열에 노출되어있어도 퍼지지 않는 무언가 특수 처방을 내린 것이었다. 10분을 뜨거운 열기 속에서 버틴 면발은 나름대로 우수한 맛을 나에게 주었다.

다행히 짜짜로니의 맛은 괜찮았다. 농심의 아성에 도전하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과도한 조리 시간은 단점으로 지적된다.

마지막으로 농심은 하루빨리 미국에도 사천짜장을 공급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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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bject | 2007/04/02 12:12 | 나머지 | 트랙백(1) | 덧글(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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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꽃띠앙의 생각
짜파게티 vs 짜짜로니...more

Commented by 머스타드 at 2007/04/02 12:17
사천짜장과 짜파게티가 같은 면을 쓰지 않나요? 안타깝게 전사한 사천짜장은 스프만이라도 잘 수습해서 짜파게티 면에 끓여드시는게.. ^^;
Commented by object at 2007/04/02 12:24
과자 수준으로 부서졌지만 그래도 먹을만 하더군요. 말씀대로 짜파게티와 사천짜장은 면발을 공유하기 때문에 사천짜장의 그 야릇한 붉은 빛을 띠는 유성스프만 구해도 비슷한 맛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국 농심 측에 문의해봐야겠습니다. 사천짜장용 유성스프가 대량으로 필요한데 구입이 가능한지 말이죠 ㅋㅋ
Commented by 상희스타일 at 2007/04/02 12:30
그 맛의 비결은 고추씨 기름이지요. 차이나 타운이라도 한번 가보시면 혹시 찾으실런가 모르겠네요. ㅎ
Commented by object at 2007/04/02 12:35
고추씨 기름을 따로 구해서 시도를 해봐야겠군효 -o- 여긴 차이나타운은 없고 한인마트가 아주 크게 잘 되어있어서 각종 중국에서 만들어진 소스를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그 안에 들어있는 방부제가 좀 거시기하죠.
Commented by dcraider at 2007/04/02 13:01
군 복무할 때 야식으로 사천짜장을 많이 먹었죠...참치같이 같이 넣어서 먹으면...짜짜로니는 창고 정리할 떄 먹으려고 창고에 짱박아놓고서 행보관 몰래 먹고...하하하.
Commented by 학주니 at 2007/04/02 13:12
저도 짜파게티류를 좋아하지요.
그런데 농심꺼 이외에는 짜짜로니를 예전에 잠깐 먹어본 이후로는 못먹어봤군요. -.-;
Commented by oO천랑Oo at 2007/04/02 13:13
오랫만에 짜파게티 먹으면 맛이 좋은데 좀 많이 먹으면 금방질리던데요..ㅠㅠ 사천짜장으로 시도 해봐야 겠습니다.
Commented by 상희스타일 at 2007/04/02 13:58
아, 특별히 고추씨 기름이 없다면 펜에 기름을 두르고 말린 붉은고추를 볶아서 비슷하게 만들어도 됩니다. 이도저도 아니다 싶으면 그냥 기름에 고추가루를 넣고 볶아서 만드세요. 비스무레 합니다. ㅎ
Commented by SuJae at 2007/04/02 23:23
짜파게티... 매주 일요일마다 빼먹지 않고 먹고 있지요.
절대 광고 때문만은 아니라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
Commented by object at 2007/04/03 05:31
역시 음식글을 써야 많은 리플이 달리는군요. 감사합니다. 저기 참 황당한 스팸 댓글도 달리는데요. 너무 신기해서 그냥 저 스팸 댓글은 놔둘렵니다.
Commented by 하냐앙 at 2007/04/05 03:36
짜짜로니는 오히려 생라면을 소스에 찍어먹으면 더맛있습니다 -0-
Commented by 미친병아리 at 2007/04/08 02:47
전 짜파게티를 더 좋아합니다.. 사실 둘다 먹어보면 비슷하긴 하지만..
Commented by 미니미 at 2007/04/13 07:58
미국 짜파게티는 맛이 조금 떨러지는 편이죠. (아무래도 몸에 좋은 성분만 넣다보니 그런듯...)
한국서 거들떠도 안보던 짜짜로니가 미국에선 더 맛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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